눈에 보이는 것 뒤에는...(낙산사)

2010.02.16 12:27

범의거사 조회 수:12280

 

                 눈에 보이는 것 뒤에는 



  沃峰禪師님,
  오랜만에 인사 여쭙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는지요?

  소생은 지난 5월 8일(2005. 5. 8.)에 금강산 구경을 가시는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느라 강원도 고성에 갔다 오는 길에 양양의 낙산사를 들렀더랬습니다.  
식목일에 대웅전이 불타는 모습이 너무나 처참했던 그 현장을 찾은 것이지요.


   상기도 절 입구에서부터 탄내가 코를 자극하였습니다. 이젠 더 이상 보여줄 게 없기 때문일까 낙산사는 무료입장을 시키더군요.

  넓디넓은 경내가 유난히 더 넓게 느껴지는 것은 제 자리에 있어야 할 전각들이 한 줌의 재로 변하였기 때문일까요?

낙산사1 (2).jpeg

 

낙산사의 本殿인 圓通寶殿이 있었던 자리에는 타고 남은 기왓장의 잔해만이 서울 나그네의 시선을 끌더이다.

  조선시대 예종임금이 아버지 세조를 위해 만들어 布施했다는 동종(보물 479호)이 있었던 자리는 그나마 아무 것도 없더군요. 인간이 제 아무리 큰 소리를 친들, 아직은 자연 재해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낙산사종.jpg  눈에 보이는 것은 다 허망한 것이니 그 뒤에 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곳곳에 써 붙인 재건불사 동참 호소문은 어떻게 조화를 시켜야 하나요?
 

   기와불사를 하고 홍련암으로 향하는 걸음걸이가 가볍지만은 않더군요. 도중에 해수관음상을 지나면서 관세음보살님의 심정을 헤아려보았지요. 한낱 범부의 주제넘은 망상이겠지만, 그 심정이 실로 참담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심한 파도가 변함없이 턱밑에까지 밀려와 부딪쳐 부서지는데, 홍련암의 작은 법당 안은 기도하는 사람들로 붐비었지요. 바로 옆에까지 휩쓸은 화마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 기적 같더군요. 그래서일까 하루 24시간 내내 기도를 올린다는 방이 붙어 있었습니다.

   언제고 다시 찾았을 때는 다시 제 모습을 찾은 절집을 보게 되겠지요...

  나무 관세음보살.    

                               凡衣 合掌

영혼의 피리소리.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