荷葉(하엽)
2018.12.14 14:18
荷葉泥中出(하엽이중출)
浮靑曲似拳(부청곡사권)
待他花競綻(대타화경탄)
相對笑嫣然(상대소언연)
연꽃잎이 진흙 속에서 솟아올라
물에 뜬 모습이 어린애 주먹 같네
다른 꽃들 다투어 다 피고 나면
나를 보고 예쁘게 웃음 짓겠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연잎을 보고 읊은 시이다.
글씨체는 예서(隸書) 죽간체(竹簡體).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난다. 그러면서도 고귀하고 청결하다. 그래서 절에서는 부처님이 앉은 좌대를 연꽃 모양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연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먼저 연잎이 나온다. 진흙 속에서 솟아올라 물에 뜬다. 물 위로 막 올라온 모습을 보고 시인은 마치 어린아이의 주먹 같다고 했다. 천진무구(天眞無垢)이다.
봄부터 서로 다투어 일찍 피기 시작한 여느 꽃들이 다 질 때면, 바야흐로 이제 연꽃이 필 차례이다. “우리는 벌써 피었는데 너는 언제나 필 거니” 하고 놀리던 꽃들이 이제는 시들어가면서, 뒤늦게 만개하는 연꽃들을 보고 오히려 시샘한다.
그렇지만 그 시샘하는 모습조차도 아름답다. 그들의 웃음은 비웃음이 아니라 예쁜 웃음이다. 내가 잘났으면 남도 잘난 법이다. 남이 나보다 잘났다고 질시할 일은 결코 아니다. 소인배(小人輩)가 되지 말지어다.
*2018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