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제19수
2018.12.14 14:35
金歌來趁月初圓(금가래진월초원)
無那頑雲黑萬天(무나완운흑만천)
到了整衣將散際(도료정의장산제)
忽看林末出嬋娟(홀간임말출선연)
不亦快哉(불역쾌재)
둥근달이 뜨면 거문고 타고 노래하려 했는데
어쩔거나 온 하늘에 먹구름이 덥혔으니.
하릴없이 옷을 챙겨 입고 헤어지려 할 즈음에
숲 끝에 갑자기 얼굴 내민 예쁜 달을 보게 되네.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 1762-1836)의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총 20수 중 제19수이다.
글씨체는 예서(隸書) 죽간체(竹簡體).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의 비평가 성탄(聖嘆) 김인서(金仁瑞. ?-1661)가 '不亦快哉'(불역쾌재)라는 제목 아래 33가지 유쾌한 일들을 짤막한 산문으로 지었다. 예컨대,
"병 속에 가득한 물 콸콸 쏟아놓듯, 등 뒤에서 자제들이 책을 줄줄 외워댄다면,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
"겨울밤에 술을 마시고 있는데도 추위가 점점 더 심해져, 이상하다 싶어 창문을 열자 손바닥 만한 함박눈이 쏟아져 서너 치나 쌓여 있으니,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
같은 것이다.
김성탄의 이 '불역쾌재'가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읽히자, 다산 정약용도 이를 본따 자신이 생각하는 유쾌한 일들을 스무 수의 시로 읊었는데, 위 시는 그중 19번째이다. 강진에서의 기나긴 유배생활 중에도 이런 즐거움을 표현한 다산의 경지가 놀라울 따름이다.
*2017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