寄靖叟(기정수)

2018.12.14 15:12

우민거사 조회 수:12

20181213_102029.jpg



村郊景物日芳菲(촌교경물일방비)

閒坐松陰玩化機(한좌송음완화기)

金色蜻蛉銀色蝶(금색청령은색접)

菜花園裏盡心飛(채화원리진심비)

 

     시골 마을의 봄경치가 날로 꽃다워지니

     소나무 그늘에 앉아 계절의 변함을 즐긴다네

     금빛 잠자리와 은빛 나비들이 온통 날아와

     채마밭 동산에서 마음껏 놀고 있네

 

    조선 후기의 문인 李用休(이용휴. 1708-1782)가 지은 시 寄靖叟(기정수. ‘정수에게라는 뜻)”이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다. 꽃은 나날이 흐드러지게 피고, 옅은 연두색이었던 풀잎들이 연초록, 초록, 짙은 초록으로 변해간다. 따가워지기 시작한 햇살을 피해 소나무 그늘 아래 앉아서 변화하는 계절의 오묘한 기운을 몸으로 느낀다. 장다리꽃이 만발한 채마밭엔 금빛 잠자리, 은빛 나비가 찾아와 춤의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한창이다.

  

   이용휴(李用休)는 성호(星湖) 이익(李瀷)의 조카로 조선 영조 때의 실학자이자 성호학파의 대표적인 문인이다. 아들이 이가환(李家煥. 실학자)이고, 이가환의 생질이 이승훈(李承薰. 최초로 세례를 받은 한국인)이다. 그리고 이승훈의 처남이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다. 이 가계를 보면 마치 조선 후기 실학자들과 천주교의 연결고리를 보는 듯하다.


   다산(茶山) 정약용은 평생 벼슬 없이 살았던 이용휴를 영조 말년에 명망이 당대의 으뜸이었다. 대개 탁마하여 스스로 새로워지고자 하는 자들이 모두 그에게 배워 문자를 다듬었으니, 몸은 포의(布)로 있었으나 문원(文苑)의 권()을 잡은 것이 삼십여 년이었다. 이는 예로부터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15)].


*2018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