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居(산거)

2018.12.14 14:46

우민거사 조회 수:282

20181211_104947.jpg

                              

白雲堆裏屋三間(백운퇴리옥삼간)

坐臥經行得自閑(좌와경행득자한)

澗水冷冷談般若(간수냉냉담반야)

淸風和月遍身寒(청풍화월 편신한)


    흰 구름 덮인 곳에 세 칸 집을 짓고 사니

    앉고 눕고 거니는 삶이 한가롭기 그지없네

    차가운 시냇물은 반야를 얘기하고

    맑은 바람 밝은 달빛에 온몸이 서늘하구나

 

고려말의 고승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가 지은  山居(산거)’이다.

나옹선사는 인도의 고승 지공스님의 제자로 인도불교를 한국불교로 승화시킨 역사적 인물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이기도 하다.

 

    스님으로서 산에 사는 즐거움을 노래한 것이다. 흰 구름이 감싸고 있는 세 칸짜리 오두막, 자연과 더불어 사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곧 나이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앉고 눕고 거니는 일상생활이 그저 한가하고 자유롭다. 행주좌와(行住坐臥)가 바로 선()이다.

    오두막 옆으로 흘러내리는 시내의 물소리가 스님의 귀에는 반야의 지혜로 들린다. 흰 구름, 차가운 시냇물, 맑은 바람, 밝은 달빛 그 모든 것이 반야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있는 스님의 몸은 어찌하여 서늘한가(遍身寒). 주변의 자연은 넉넉하고 풍성하지만, 오두막 주인의 소유는 하나도 없다. 내 것으로 가지려고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 그 안에 내가 있는데 굳이 그런 욕심을 내겠는가. 가질 수 있음에도 갖지 않는 가난, 그야말로 청한(淸寒)이다.

    

   이런 삶의 태도를 견지하였기에 나옹선사는 아래와 같은 유명한 선시를 읊은 것이 아닐는지.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愛而無憎兮(료무애이무증혜)

如水如風而終我(여수여풍이종아)

 

靑山兮要我以無語(청산혜요아이무어)

蒼空兮要我以無垢(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怒而無惜兮(료무노이무석혜)

如水如風而終我(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2018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