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산행)(姜柏年)
2020.12.17 09:39
十里無人響(십리무인향)
山空春鳥啼(산공춘조제)
逢僧問前路(봉승문전로)
僧去路還迷(승거로환미)
산길 십 리에 인기척 하나 없이
텅 빈 산에 봄 새 소리만 들리누나
스님 만나 길을 물어보지만
그 스님 떠나자 길이 다시 헷갈린다
姜柏年(강백년. 1603년~1681년)이 쓴 "山行(산행)"이라는 시다.
글씨체는 예서.
십리를 가도록 인기척 하나 없는 산길을 걷는다.
그 대신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새소리뿐이다.
북적거리는 저잣거리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는지라 호젓한 게 좋기만 하다. 마치 산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다. 이런 때의 느낌은 산에 다녀본 사람만이 안다.
한 마디로 "오호쾌재라!" 이다.
그나저나 인적이 끊긴 산속에 갈림길이 나 있으니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
때마침 산속에 있는 절에 계신 스님이 한 분 맞은 편에서 오신다. 그 스님께 길을 여쭈니 이리저리 가라고 가르쳐 주신다. 다행이다.
앗, 그런데, 그 스님이 가시고 나니까 길이 다시 헷갈린다.
어디로 가라고 하셨지?
세상 사는 것도 마찬가지리라.
** 2020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