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嫌塵世事(조혐진세사)

2022.04.17 10:48

우민거사 조회 수: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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早嫌塵世事(조혐진세사)

象外久潛踨(상외구잠종)

夢罷三更月(몽파삼경월)

心惺半夜鍾(심성반야종)

 

일찍이 티끌 세상의 일을 싫어해

형상 세계의 밖으로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네

꿈에서 깨어보니 삼경의 달빛 속이라

한밤중 종소리에 마음이 깨어나네

 

조선 후기의 月波禪師(1695-1775?)가 지은 선시(禪詩)이다.

 
 

글씨체는 예서 죽간체.

 

깊은 산속에서 살든, 대처에서 대중들과 부대끼며 살든,

끊임없이 이어지는 번뇌의 꼬리 속에 살아가는 것이 바로 티끌세상의 삶이다.

스님은 그런 세상을 멀리하고자 저만치 형상 세계의 밖으로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그곳에 달이 떠오른다.

아스라한 삼경의 달빛에 꿈에서 깨어나니, 그 달빛이 눈에 들어온다.

뒤를 이어 한밤중 종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눈에는 달빛이요, 귀에는 종소리라.

달빛과 종소리가 아우러질 때 마음이 깨어난다.

그렇다. 마음이 깨어나면 어디에 있은들 대수랴. 산속이면 어떻고, 대처면 어떠랴.

모든 것이 내 마음 하나에 달려 있는 것을....

 

***2022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