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사(백문절)

2023.09.25 16:10

우민거사 조회 수: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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樹陰無罅虛小溪流(수음무하소계류)

一炷淸香滿石樓(일주청향만석루)

苦熱人間方卓午(고열인간방탁오)

臥看初日在松頭(와간초일재송두)

 

나무 그늘은 빈틈없고 작은 시내 흐르는데

한 가닥 맑은 향이 석루(石樓)에 가득하구나.

푹푹 찌는 속세는 바야흐로 정오의 한낮이지만

나는야 누워서 소나무 위로 솟는 아침 해를 보노라.

 

고려시대 문인 백문절(白文節)이 강원도에 있던 방산사(方山寺. 현재는 소재불명)라는 절의 풍경을 노래한 시이다.

글씨체는 행서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이다.

그런데 시인이 있는 깊은 산중은 나무가 빽빽하여 그늘에 빈틈이 없고, 작은 시내도 흐른다.

게다가 누각에 올라 향을 피우니 그 맑은 기운이 가득하다.

저 아래 사바세계의 마을은 푹푹 찌는 찜통더위로 사람들이 헉헉대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인은 시원한 누각에 벌렁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데, 울창한 소나무 가지 사이로 해가 막 떠오르고 있다.

산 밑 마을은 해가 중천에 뜬 정오인데, 시인이 있는 곳은 산이 깊어 나무에 가렸던 해가 이제야 보인다.

 

***2023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