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景行維賢剋念作聖(경행유현극념작성)

德建名立形端表正(덕건명립형단표정)

空谷傳聲虛堂習聽(공곡전성허당습청)

 

행동을 크고 바르게 하면 현인이 되고

쓸데없는 잡념을 떨쳐버리면 성인이 된다.

덕을 쌓으면 명예는 저절로 따라오고

형체가 단정하면 그 겉모습이 또한 똑바르다.

텅 빈 골짜기에서도 소리는 전해지고

빈집에서도 소리는 다 들린다.

 

천자문(千字文)에 나오는 말이다.

글씨체는 예서 죽간체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마땅한 도리를 행한다(高山仰止 景行行止. 고산앙지 경행행지)” 하였고,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성인(聖人)도 잘못된 마음을 가지면 광인(狂人)이 되고, 광인이라도 올바르게 생각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維聖 罔念作狂, 維狂 克念作聖. 유성 망념작광, 유광 극념작성)”고 하였다.

따라서 마땅한 도리를 행하면 어진 이(賢人)가 되고, 자잘한 생각을 버리고 도의를 쫓으면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다.

 

나아가, ()을 성취하면 그 이름()이 세상에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 ()은 속 알맹이를 말하고 명()은 그 알맹이를 표상하는 이름이니, 속이 알차면 명예는 저절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또한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형체가 똑바르면 그 그림자 또한 똑바르다(形正則 影必端. 형정즉 영필단)”고 하였다. 역으로 말하면 겉으로 드러난 모습인 그림자가 똑바르면 그만큼 형체가 바르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이나 말, 일상의 행위 등에서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끝으로, 사람의 말은 빈 골짜기에서도 산울림이 전해지듯 멀리 퍼져나가고, 빈집에서 해도 귀신은 익히 들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군자는 누가 보고 듣는 것과 관계없이 언제나 올바른 말과 행동을 해야 한다.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비록 집안에서 하는 말이라도 그것이 훌륭하면 천 리 밖에서도 따르게 마련이니, 하물며 가까운 곳에서야 더 말해 무엇하랴(易曰, 君子居其室 出其言善 則千里之外應之, 況其邇者乎. 역왈 군자거기실 출기언선 즉천리지외응지 황기이자호)”라고 하였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였다. 모쪼록 언행을 조심할 일이다.

 

***2023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