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春興(정몽주)
2025.06.30 21:39
春雨細不滴(춘우세부적)
夜中微有聲(야중미유성)
雪盡南溪漲(설진남계창)
草芽多少生(초아다소생)
봄비 가늘게 내려 방울 지지 못하더니
밤중이 되자 작게 소리 내어 내리네
눈 녹은 남쪽 개울에는 물이 불어나고
새싹이 여기저기서 머리를 내미누나
정몽주(鄭夢周)가 지은 시 “春興(춘흥)”이다.
글씨체는 금문(金文)
春興은 봄에 느끼는 감흥이다. 대지가 연초록색으로 물들고 진달래가 산을 붉게 물들일 때면 마음이 들뜨게 된다. 봄을 상징하는 것에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봄비 또한 좋은 소재가 된다. 비록 화창함은 덜 할지라도 봄기운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포은(圃隱) 선생이 봄비의 그런 감흥을 노래한 것이 바로 이 시다.
이른 봄에 비가 내리는데 빗줄기가 가늘어 빗방울조차 짖지 못하더니
밤이 깊어지자 점차 굵어져 제법 소리를 내며 창을 두드린다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 남쪽의 개울가로 나가보니 눈 녹은 물이 불어났고
새싹들이 여기저기서 돋아나고 있다.
바야흐로 봄이 온 것이다. 어찌 흥취가 나지 않겠는가.
*2025년 국선 입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