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적오도

2026.06.09 20:57

우민거사 조회 수:2

김상헌시.jpg

 

人生適吾道(인생적오도)

何必慕登仙(하필모등선)

莫言行路難(막언행로난)

歸來方坦然(귀래방탄연)

 

인생이 나의 도에 맞으면 그만이지

어찌 굳이 신선이 되기를 바라랴

가는 길이 험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돌아오면 만사가 바야흐로 편안할지니

 

조선 중기의 문신인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이 지은 시 차죽음운(次竹陰韻)’의 일부다.

글씨체는 예서 죽간체.

 

시인은 당시 동료 문인이었던 죽음(竹陰) 조희일(趙希逸. 1575~1638)의 시 운자를 따서(次韻) 이 시를 지었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다만 출전이 분명하지 않아 내용의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

 

君子貴知微(군자귀지미)

行藏無後先(행장무후선)

所聞固已高(소문고이고)

長恨其不顯(장한기불현)

終始保闕成(종시보궐성)

乃得全其天(내득전기천)

人生適吾道(인생적오도)

何必慕登仙(하필모등산)

莫言行路難(막언행로난)

歸來方坦然(귀래방탄연)

 

군자는 미세한 조짐을 아는 것을 귀하게 여겨

나아가고 물러남에 앞뒤가 따로 없다

들은 바는 본래 이미 높으나

그것이 드러나지 못함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취를 보전하면

타고난 천성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인생이 나의 도에 맞으면 그만이지

어찌 굳이 신선이 되기를 바라랴

거는 길이 험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돌아오면 만사가 바야흐로 편안할지니

 

 

군자는 모름지기 나아가고 물러남에 우열을 두지 않으니, 시절이 안 맞으면 조용히 물러나 스스로를 지킬 일이다. 그럼으로써 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우며 좋은 사람들과 뜻이 맞는 순간을 보내고 있다면, 굳이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되는 것을 바랄 이유도 없다.

시인은 말한다. 세상살이(행로)가 험난하고 고달파도 그것에 얽매여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집착을 내려놓고 자기 자신에게로, 혹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면 마음이 평탄해진다는 것을.

그러니 권력이나 부귀영화, 혹은 현실을 초월한 신선의 세계를 쫓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내 신념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내가 발을 딛고 있는 바로 이 자리가 신선의 세계라는 자족(自足)의 경지를 보여준다.

 

 

 

 

 

 

 

 

***2026년 국전 입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