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거사의 유래
2010.02.16 11:18
범의거사의 유래
연수원의 다른 교수들의 아호에 관하여는 그 뜻이나 유래를 설명하면서도 내 아호에 관한 것은 하지 않아서인지 그 뜻을 묻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내 호의 유래를 설명하는 것이 쑥스러워 그랬는데, 오늘도 같은 질문을 두 번 받으면서 이제는 자동이발기로 스스로 머리를 깎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스개 소리로 "범의"는 "범행의 고의" 즉, "犯意"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본 뜻은 "평범한 옷", 즉 "凡衣"이다.
내가 충주지원장(1994.7.-1997.2.)을 하던 시절 재야(서예계의 재야임)의 한 선생님으로부터 서예를 배운 일이 있는데, 그 때 그 분이 지어주신 호이다. 비록 현재 법복을 입고 있으나, 마음가짐만은 평범한 옷을 입은 사람의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아울러 훗날 법복을 벗게 되면 사용하라고 또 하나의 호를 지어주셨는데 언젠가 그 호를 사용하게 될 때 밝힐 예정이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조선시대 중기에 다도를 보급한 초의선사 이후로 "衣"(옷 의)자를 호에 쓰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씀도 들었으나 확인 불가능한 이야기이다.
그 후 1999년 2월 해남의 대흥사 일지암(초의선사가 머물던 곳이다)에 갔다가 주지 여연스님으로부터 초의선사의 친구 중에 바로 凡衣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이 호를 사용하기로 했다.
호 뒤에 붙인 居士는 본래 在家佛子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꼭 佛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교, 그 중에서도 특히 禪불교에 관심이 많다 보니 그냥 붙여 본 것이다. 그리하여 천리안의 아이디로 범의거사를 사용하고 있다.
나에게는 또 하나의 호가 있다. 연수원 훈장을 하는 동안 29기의 어느 여자 연수생이 나에게 "귀여운 터프가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일이 있다. 이에 힌트를 얻어 "귀터도사"라는 다소 장난기 어린 호를 하나 직접 지어 하이텔의 아이디로 사용했다. 이를 한자로는 貴陀道士라고 쓴다.
추사 김정희는 호가 200여개 된다고 한다. 비록 그의 사람됨에 먼 발치도 못 따라가나, 그에게서 용기를 얻어 여러 개의 호를 사용하는 변명거리로 삼는다.
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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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 수가...
본문에서 밝힌 또 하나의 호를 자칫 잃어버릴 판이다.
공직에서 떠나거든 사용하라고
서예선생님이 지어주신 호는 바로 "又民"이다.
굳이 풀이하자면 '다시 평범한 백성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금은 잘 쓰지 않고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만 종종 사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고건 전 총리가 위와 동일한 호를 지었다는 기사가 신문지면을 장식하였다.
그러자 친구들이 나더러 "너 아호를 도둑맞았다"고 너스레를 떨어 한 바탕 웃었다.
그러나,
아호가 특허를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표처럼 등록하여 전용사용권을 취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어쩌랴.
세상에 동명이인이 한 두명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