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 밥줄'이 끊긴다(퍼온 글)
2015.02.18 23:24
(조선일보 2015. 2. 5.자)
'22년 밥줄'이 끊긴다
[365일 無休 탑골공원 무료급식, 원각사 스님 건강 악화로 사라질 위기]
6년째 봉사 민일영 대법관
"배고픈 노인들 대접하는게 우리 사회의 도리… 계속 운영할 수 있었으면…"
탑골공원 뒤쪽 2층 법당 '원각사' 인근에는 아침부터 노인들이 삼삼오오 줄을 선다. 점심 무료 배식을 받기 위해서다. 낮 12시 무렵에는 줄이 50m가량으로 길어진다. 신발장을 놓을 곳도 없이 비좁은 입구에서 자원봉사자는 연신 신발 담을 검은 비닐봉지를 나눠주며 '어르신들 기다리세요'를 외친다. 잘해야 한 번에 서른 명이 앉을 수 있는 법당에서 150~200명이 차례로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밥과 국을 담는 자원봉사자들은 질문에 답할 틈도 없이 바쁘다. 지난 2일 낮 메뉴는 산채비빔밥. 냉면 그릇 가득 담은 밥도 모자라 '더 달라'고 하는 이가 많다. 용산에서 왔다는 김모(76)씨는 "아침도 못 먹었어요. 일곱 시부터 네 시간 넘게 줄을 섰는데, 이거 한 끼로 하루를 때우죠"라고 했다.
이렇게 22년째 노인들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가 오는 3월부터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재료를 사고, 메뉴를 짜는 등 무료 급식을 주관해온 원각사 보리 스님 건강이 악화되면서 임대차 기간 만료일인 3월 8일까지만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1988년부터 최일도 목사가 운영해온 '밥퍼'와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 무료 급식소다.
시작은 포교(布敎)였다. 1993년 국보 2호인 원각사지10층석탑 주변에서 탑에 새겨진 불경의 의미를 알리려던 보리 스님은 탑골공원의 배고픈 노인들을 발견하고, 시주를 받아 빵을 사주기 시작했다.
이후 인근 상가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법당 '원각사'를 차리고 한쪽에 주방기구를 갖춰놓았다. 오로지 각계각층의 공양(供養)을 받아 이제는 90대가 다 된 신도 세 분과 각 사찰 및 관공서 등의 불교 신자들 모임 30여개가 팀을 이뤄 자원봉사를 해 왔다.
전체 자원봉사자는 팀당 10~20명씩 400명가량 된다고 한다. 하지만 보리 스님은 3년 넘게 지속 여부를 고민하다 최근 힘들게 결단을 내렸다. 중증 심장질환으로 도저히 몸이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입원 중인 그는 이름 없이 시작했으니 이름 없이 가겠다"고 했다.
이날도 스님 없이 봉사 단체인 '문수회'의 여덟 명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때 이곳에서 밥을 먹다 주지 스님과 인연이 돼 일주일에 두 번씩 배식 봉사를 한다는 한 봉사자는 "여기서 계속 식사하시는 분이 많아 없어지면 큰일"이라며 "하지만 보리 스님과 신도 세 분이 그동안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분들에게 더 이상 봉사를 기대하기에는 염치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장소 문제가 해결되고 일을 도맡아주실 분이 계신다면 봉사는 얼마든지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힘들게 자리 잡은 노인 중 일부는 말 붙이기도 미안할 정도로 허겁지겁 끼니를 때웠다. 임모(83)씨는 "이곳이 없어지면 밥을 굶어야 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인근에 사회복지관이 있기는 하지만 두 달 전부터 1000원씩 받는 바람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없는 사람들한텐 단돈 1000원도 크다"고 했다. 6·25 참전 용사로 젊을 때 노동판을 다녔다는 임씨는 현재 혼자 살고 있다. 이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때운 후 저녁은 라면 하나로 버틴다.
봉사자들은 설거지팀·조리팀·배식팀으로 역할을 나누는데, 선배 법조인들이 가장 힘든 설거지를 '내가 하겠다'고 자청하는 분위기다.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솔선수범하자는 생각에서다. 지난달 24일 봉사에서는 신년 특식으로 빵도 돌렸다. 동네 빵집 한 곳에서는 200인분을 한꺼번에 구하기 어려워 여러 곳을 수소문해 구해왔다. 많은 노인이 고마워하며 저녁거리로 빵을 챙겨 갔다. 그만큼 노인들에게는 이곳의 밥 한 끼가 '점심 한 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종언 부장판사는 "처음에는 '봉사를 하면 뿌듯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봉사를 할수록 어렵고 힘든 분이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며 "뜻있는 분들이 나타나 계속 운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얘기했다.(양은경 기자)
출처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05/20150205002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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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2/05/2015020502742.html
사라질 뻔한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다시 문연다
조선일보 50년 애독자인 강씨는 불교 신자로서 원각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무료 급식 자원 봉사에 참여해 왔다. 그러던 중 '22년 밥줄 끊긴다'는 본지 보도〈2월 5일자〉를 보고 '배곯는 노인들이 갈 곳이 없어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자신이 떠맡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 3일 원각사 건물에 대한 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했다. 보증금과 월세는 물론 당초 들어올 세입자에게 위약금까지 지불했다. 그는 "앞으로도 월세와 재료비 등 기본적인 경비를 부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보고 식단을 짰던 보리 스님처럼 북한산 심곡암 주지 스님인 원경 스님이 현장에서 실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배식은 그간 30~40개 자원봉사 단체들이 한 번에 10~20명씩 팀을 이뤄 한 달에 하루 정도씩 봉사해 왔는데 강씨가 재정적 후원을 맡더라도 봉사 인력의 도움은 계속 필요한 상황이다. 강씨는 "지금까지처럼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단체들이 힘을 보태주시기 바란다"면서 "봉사자 중 희망하는 사람으로 이사회도 꾸려 제대로 운영해 보고 싶다"고 했다. 더 많은 노인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강씨가 기본적인 비용 부담은 하지만 후원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원각사 무료 급식소는 3월 2일 급식을 마친 후 지금은 내부 공사 중이다. 그동안 2층은 법당 겸 식당으로, 3층은 숙소로 운영됐는데 법당을 3층으로 옮기고 급식소를 보다 넓고 쾌적하게 바꿀 것을 구상 중이다. 강씨는 "본래 4월 초에 다시 문을 열 계획이었지만, 급식을 기다리는 분들이 너무도 많아 20일로 날짜를 당기게 됐다"고 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강씨는 그간 히말라야 아일랜드파크,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등 세계 고산을 숱하게 오른 산악인이기도 하다. 평소에도 각종 봉사 모임에 참여해왔고, 등산할 때 받은 기업 협찬금은 모두 엄홍길휴먼재단이나 한국미혼모재단에 기부해 왔다고 한다. 그는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봉사 과제로서 원각사 무료 급식소를 택했다"고 했다.
무료 급식소 재개장 소식에 그간 병환에도 힘겹게 급식소를 이끌어 오던 보리 스님은 "급식소를 찾는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게 돼 정말 다행"이라며 반겼다. 5년간 매달 한 번씩 급식 봉사를 해온 민일영 대법관도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어려운 노인들이 애써 다른 곳으로 가시지 않아도 된다니 참 잘됐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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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5. 6. 29.자)
메르스 탓에 자원봉사자 '뚝'… 무료급식 밥줄 2배로 길어져
양은경 기자
주변 다른 급식소 문 닫아 종로구 원각사 이용객 폭증
배고픈 사람들 몰려드는데 일손 달려 한명이 2~3인役… 배식시간 2배가량 더 걸려
28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 급식소 앞에 긴 줄이 섰다. 무더운 날씨에도 탑골공원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 노인 행렬은 300m가 넘었다. 앞줄에 있던 김모(78) 노인은 "요즘 사람이 많아져 일요일인데도 밥 먹기가 너무 힘들어. 점심 한 끼 먹으려고 8시부터 줄을 섰어"라고 했다.
메뉴는 짜장밥이었다. 인터넷 동호회 '불여사(불교와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들이 밥에 짜장 소스를 얹어줬다. 7~8분 만에 대접을 깨끗하게 비운 노인들이 급식소를 나서면 기다리던 다른 노인들이 이내 빈자리를 채웠다. 급식소 서른두 자리가 계속 만석(滿席)이었지만, 대기 밥줄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 건너편 탑골공원 돌담길을 따라 300m쯤 줄 지어 서있다. 급식소 측은“메르스 감염 우려로 무료급식 자원봉사자가 줄어 배식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나고 정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자원봉사자 신원창(오른쪽)씨가 대기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밥줄이 길어진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배식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원각사 무료 급식소는 평소 한두 명의 상근 인력 외에 30여개 자원봉사 단체들이 한 달에 한 번 8~10명씩 팀을 짜서 운영해 왔는데 최근엔 자원봉사자가 하루 3, 4명이 안 되는 날이 허다하다고 한다. 무료급식소 고영배 사무국장은 "역시 메르스 탓"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감염 우려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이 찾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날은 그나마 일요일인 데다, 회원이 많은 '불여사'에서 10명을 보내줘 인력난을 덜었다고 한다. 일손이 적으면 한 사람이 밥을 푸다 설거지를 하는 등 자원봉사자 혼자서 2~3인 역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밥줄은 더욱 길어진다. 고영배 국장은 "배식 시간이 두 배가량 늘어나다 보니 기다리는 분들에게 더 면목이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 주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한다.
급식소 달력엔 자원봉사 팀명과 참여 인원이 적혀 있는데 29일, 7월 1·2·3일은 아예 비어 있었다. 자원봉사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최근 '서초 반야회' 회원으로 급식소 자원봉사를 다녀온 민일영 대법관은 "하루 한 끼로 지내는 사람들에게 밥을 나눠 줄 손길이 없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했다.
자원봉사 인력이 부족하면 급식소는 우선 상차림과 설거지가 필요 없는 주먹밥으로 메뉴를 바꾼다고 한다. 하지만 주먹밥 배식도 언제까지 지속될진 장담할 수 없다. 무료 급식을 주관하는 심곡암 주지 원경 스님은 "메르스로 노인들 돕는 온정마저 얼어붙는 거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02)762-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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