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去來兮

2015.09.13 13:50

범의거사 조회 수: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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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白露)가 지나면서 나날이 가을이 우리 곁에 다가옴을 피부로 느낀다.

이른 아침 우면산 등산로에는 흰 이슬을 머금은 가을꽃들이 만발하여 길손의 발걸음을 상쾌하게 한다.

지난 여름 그리도 찌는 듯 맹위를 떨치던 더위가 물러가고

아침 저녁 불어오는 금풍(金風)에 옷깃을 여미면서 계절의 변화를 새삼 실감한다.

이렇게

때가 되면 갈 것은 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것이 메우게 되니,

이야말로 자연의 거스를 수 없는 섭리이고, 또한 인간사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32년 전 1983. 9. 1.에 시작하였던 필부의 법관생활도 이제 때가 되어 곧 막을 내린다.

그래서 정들었던 서리풀을 떠나려니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지만,

흐르는 세월의 수레바퀴에 당랑거철(螳螂拒轍)할 수는 없는 일.

그래서 도연명의 싯귀 일부를 떠올린다.

 

歸去來兮(귀거래혜)

田園將蕪胡不歸(전원장무호불귀)

           자, 이제 돌아가자

           고향 전원이 황폐해지려 하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겠는가.

 

策扶老以流憩(책부노이류게)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지팡이에 늙은 몸 의지하며 발길 멎는 곳에서 쉬다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하늘을 바라본 후.

 

引壺觴以自酌(인호상이자작)

眄庭柯以怡顔(면정가이이안)

           술단지 끌어안고 나 홀로 자작하다

           뜰 안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웃음지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