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달도 차면 기운다

조회 수 112 추천 수 0 2020.06.27 22:44:42


   1주일 전(2020. 6. 21.)이 하지(夏至)였다.
   서울 기준으로 오전 5시 11분에 해가 떠서 오후 7시 57분에 졌다. 낮의 길이가 무려 14시간 46분이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다시 낮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달도 차면 기울 듯이, 지난해 동지 이후 길어져 오던 낮이 마침내 정점을 찍고 다시 짧아지는 것이다.

    낮은 짧아질지언정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머지않아 찜통더위가 온 나라를 들끓게 할 것이다. 장마도 또한 찾아올 것이다. 아니 이미 찾아왔다. 비록 장대비는 아닐지라도 찔끔거리는 비가 간헐적으로 계속된다. 결국 범부들은 고온다습한 기후에 혀를 내두를 일만 남았다. 지구 온난화의 끝은 어디일까.


   울안의 텃밭에서 감자를 캤다. 이름하여 ‘하지감자’이다. 씨알이 제법 굵다. 극히 소량이지만, 두 식구밖에 안 되니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김장배추만큼이나 크게 자란 상추와 더불어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수확물이다. 무슨 연유인지 토마토는 줄기와 잎이 시들시들 말라간다. 매실도 작년만 영 못하다. 대문 밖의 논은 벼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짙은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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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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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같은 상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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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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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향연이 펼쳐진 논]


   그나저나 하지가 되었다는 것은 곧 올해도 절반이 지나갔다는 이야기다. 경자년의 새해가 밝았다고 가슴 설레며 한 해를 설계하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벌써 반환점을 돌다니...

   그동안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반추해 보니, 코로나 19가 온 나라를 멍들게 하여 가뜩이나 휘청이던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그런 와중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압승을 거둔 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시리즈로 이어지는 북한 김여정의 막말 퍼레이드와 김정은의 평화위장극이 다음순서를 장식한다. 김여정을 내세워 개성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비무장지대에 확성기를 설치하더니, 김정은이 마치 커다란 은혜라도 베푸는 듯이 무력시위를 보류시키는 척하는 연극을 펼친다.

   그들이야 본래 무뢰배들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그들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면서 온갖 굴욕을 감수한 채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 나라 위정자들의 행태는 또 무언가. 왼쪽 뺨을 맞은 것도 모자라 오른쪽 뺨도 때려달라고 내미는 것인가. 구걸한다고 해서 평화가 보장되나.     
  
   세상만사에는 불변하는 이치가 하나 있다. 넘쳐나는 권력에 온 세상이 마치 내 것인 양 설쳐댄들 그것이 무한으로 계속되는 법은 없다는 것이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고,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뽐냈던 영국도 지금은 “아, 옛날이여~”를 되뇔 뿐이다. 그게 역사가 주는 교훈이건만, 오만과 아집에 사로잡힌 위정자들이 애꿎은 민초들을 고난에 빠뜨리는 일이 국내, 국외를 막론하고 되풀이되고 있다. 그들은 역사를 잊은 것일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그런데 권력이 세습되던 과거 봉건사회와는 달리, 명색이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았다는 미명(美名 )하에, 작금의 위정자들은 그것을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마치 ‘조자룡이 헌 칼 쓰듯’ 한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그게 더 심해지는 경향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당당히 주장한다.
“나만큼은 어디까지나 선의로 일을 한다고. 나만큼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고.”
기가 막일 노릇이다. 이런 ‘내로남불’이 또 어디 있나.


     위정자들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폐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하는데, 가만히 보면 자업자득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권력을 쥐여준 게 바로 국민이니 말이다. 뒤늦게 후회를 하여 보지만, 차는 이미 떠났다. 다음 선거 때 보자고 벼르며 기다린들, 그 때 가서 막상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오히려 또다시 교언영색, 감언이설에 속아 그들의 농간에 정당성만 부여해 줄지도 모른다. 슬픈 이야기이다.


    과거 유신시대 때 '유정회'라는 괴물이 국회를 좌지우지한 일이 있다. 그 때 내건 모토가 “일하는 국회”였다. 그런데 그 유신정권이 붕괴하고 이 땅에 민주화의 꽃이 핀 지 벌써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 그 “일하는 국회”의 모토를 다시 볼 줄이야. 유신정권 시절 법과대학 다닐 때 헌법교수님이 "우리나라 국회는 입법부(立法府)가 아니라 통법부(通法部)다"라고 하신 말씀이 새삼 기억난다. 목하 '法務部'를 '法無部'로 만들고 있는 해당 부처 장관의 언행은 또 어떤가.

   역시 역사는 돌고 돈다.

   그렇지만 달도 차면 기운다. 이 또한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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