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의 풍요

2011.11.08 10:50

범의거사 조회 수:17372


 

 


당신과 나 그리고 단풍이
함께여서
가을이다.
 
그랬는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가을비가 내리고
그 바람에 단풍이 진다.

붉은 빛 저 산을 보고 살으렸더니
석양에 불붙는 나뭇잎같이 살으렸더니

바람에 불려서
흐르는 물 위에 떨어진다.
 
 
입동1.jpg
 
 
오늘이 입동(立冬)이다.
어릴 적에는 입동에 즈음하여 농가에서 고사를 지냈다. 하루 길일을 택하여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만들고 제물을 장만하여, 곡물을 저장하는 곳간과 마루 그리고 소를 기르는 외양간에 고사를 지냈다. 고사를 지낸 후에는 음식을 이웃 간에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집집마다 돌아가며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느라 품앗이하는 어머니들의 일손이 바빴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른, 무언가 풍요가 넘치고 그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도시생활에 익숙한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아련한 기억 속의 편린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에서 촉발된 국가부도사태가 이웃의 이탈리아로 번질지도 모르는 위기감이 맴돌고, 그 바람에 세계경제가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럴수록
입동이 가져다 주는 마음의 풍요가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