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장가계가 별건가요(만경대)

조회 수 163 추천 수 0 2018.07.23 10:32:06


                        장가계가 별건가요


    존경하옵는 옥봉선사님,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드디어 어제 한양의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무더위에 기체후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하옵신지요?
그러고 보니 문후인사 올린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소생의 게으름을 너그러이 유서(宥恕)하여 주시옵소서.


    오늘이 대서(大暑)이고 나흘 후인 27일이 중복(中伏)이니 계절적으로도 한창 더울 때이긴 하지만, 그래도 작금의 더위는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4년 7월 이후 최고의 더위라고 하더니, 나라 전체가 마치 찜통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소생은 주말에 금당천변 우거(寓居)에 다녀왔는데, 잠깐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더군요. 안 마당과 뒤꼍에 조성한 꽃밭이 일주일 새 자란 풀로 인하여 말 그대로 “전원이 장무(田園將蕪)”한 까닭에 그 풀들을 뽑고 꽃밭을 손질하느라 손발을 부지런히 놀렸지만, 시야를 가리며 뚝뚝 떨어지는 땀에 진도가 여의치 않더이다. 촌부의 몸에서 땀이 나는 건지, 촌부가 땀의 물속에 들어가 있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었지요. 마침내 10분 일하면 20분 쉬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더이다.


    바람조차 후덥지근한 에어컨 앞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다 한 주일 전 남설악의 만경대(萬景臺)를 갔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생각으로 머릿속을 시원하게 하면 몸도 시원해지는 느낌이거든요.

    당시에도 몹시 더웠지만, 오색약수터에서 만경대 밑의 용소폭포까지 이어지는 주전골의 비경과 시원함은 촌부의 무딘 필설(筆舌)로는 형언키 어려웠습니다. 너무나도 맑아 그대로 떠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계곡물과 전면과 좌우로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절벽들이 펼치는 향연은 한양 촌자(村子)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하였답니다. 그 절벽 중 어느 하나의 정상이 만경대입니다.


만경대1.jpg
[주전골]


만경대2.jpg

 [용소폭포]


    일행 중에 중국의 장가계를 다녀온 분이 있어 가로되,


    “장가계가 별건가요. 이곳이 더 멋진 걸요!”


    선사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촌부는 그 동안 세계의 트레킹 명소나 유명 관광지를 열심히 찾아다녔지요. 그런데 장가계는 아직 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장가계와 황산 트레킹은 진즉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된 것을 트집 잡아 중국이 옹졸하고 치사하게 중국인의 한국관광을 막는 것을 보고,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중국인의 한국관광이 예전처럼 완전히 자유롭게 되기 전에는 소생도 중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들이 그러는 판에 소생까지 중국에 가서 돈 쓸 일은 아니거든요. 아무튼 언제고 장가계를 가게 되면 꼭 주전골의 비경과 비교한 한 조각 글을 남길 생각입니다. 


    선사님,


    주전골은 말 그대로 돈(錢)을 만들던(鑄) 골짜기랍니다.

    옛날 조선시대의 일입니다. 강원도 관찰사가 한계령을 넘어 이곳을 지날 무렵 어디선가 쇠붙이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관원들을 시켜 그곳을 찾아보았더니 동굴 속에서 승려를 가장한 10여 명의 무리들이 위조엽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관찰사가 대노(大怒)하여 그들을 붙잡아 가고 동굴은 폐쇄하였지요. 그 후 위조 엽전을 만들던 골짜기라고 하여 주전골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세월이 흘러 2006년 여름 이곳에 폭우가 쏟아져 동굴 입구를 막고 있던 나무와 바위들이 휩쓸려가면서 처음 그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엽접들도 발견되었는데,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랍니다.(아래 사이트를 방문하여 보십시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0148583&plink=OLDURL&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3&aid=0000176164



    선사님,


    복지경에도 시원함을 느끼는 이 주전골은 경치만 멋진 것이 아니라 탐방하기가 참으로 편해 인기가 높습니다.

    오색약수터에서 용소폭포까지 거리가 3.2.km 정도 되는데, 계곡을 따라 길이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계곡을 좌우로 건너는 다리도 수시로 나타나지요. 그 길이 경사가 급하지 않고 완만하여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편한 신발(등산화가 아니어도 됩니다)로 걸을 수 있습니다.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입니다.

  주전골의 또 하나의 장점은 계곡물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새는 설악산 계곡도 많은 곳이 탐방객이 계곡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이곳은 마음놓고 들어가 발을 담글 수도, 더 나아가 물놀이를 할 수도 있지요. 맑디 맑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찌는 더위가 싹 물러간답니다.


만경대3.jpg

[계곡을 따라 설치된 탐방로]


만경대
5.jpg

[히말라야산악회원들과 함께]


만경대6.jpg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발 아래로 주전골을 내려다 볼 수 있고 정면으로 남설악의 만불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만경대는, 용소폭포의 위쪽 한계령 고갯길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탐방지원센터에서 1시간 정도 올라가야 합니다.

   이 길은 1976년 9월에 폐쇄되었다가 무려 46년이 지난 2016년 10월에 다시 개방되었습니다. 다만, 아직은 상시개방이 아니라 오색온천지구의 탐방로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과 더불어 연중 가을 한 철(10-11월)만 열립니다.  1970년에 폐쇄하였다가 45년 만에 2015년 개방한 토왕성폭포는 연중 상시개방인 것을 생각하면 만경대도 조속히 상시개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선사님, 무릇 산, 특히 설악산과 같은 큰 산이 달랑 두 개의 정해진 입구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열려라 참깨!”의 요술방망이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만경대4.jpg

[만경대]


토왕성폭포.jpg

[토왕성폭포]


    주전골이 끝나는 지점에서 흘림골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아쉽게도 이 길은 만경대가 열린 2016년 10월부터 폐쇄된 상태입니다. 낙석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하루 빨리 다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흘림골 또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고 하거든요.

    이처럼 설악산의 명소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폐쇄되어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촌부만의 생각이 아니겠지요?


    선사님,


    정말 덥습니다. 무더위에 옥체를 보존하옵소서.


    중복지제(中伏之際)에 우민거사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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