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오리무중(五里霧中)

조회 수 61 추천 수 0 2020.01.28 00:55:22


경자년(庚子年)을 맞은 설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작년 기해년(己亥年) 1월처럼 겨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차창을 찔끔찔끔 적시는 빗방울을 보며 반갑다기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올겨울 들어 실종된 추위와 가뭄의 폐해가 봄에 어떤 식으로 나타날까 두렵다. 
강수량의 절대부족으로 저수지가 마르고, 춥지 않은 날씨로 병충해가 기승을 부리지는 않으려는지...

중국의 우한에서 시작되어 목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우한폐렴은 어디까지 퍼질는지... 

 

설 연휴를 내내 금당천변에서 보내며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가졌다. 

설을 맞아 사당에서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다녀왔지만, 그 밖의 시간에는 바쁜 삶의 공간에 휴식을 불어넣는 여유를 부렸다.

영릉(세종대왕과 효종대왕의 능)에 가서 그 지하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며 숲길을 산책하고,  여주온천(구 삿갓봉온천)에 가서 온천욕도 즐겼다. 목아(木芽)박물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강천보도 가보았다. 

모두 고향 땅에 있는 것들이건만,  평소 대처생활에 쫓기다 보니 그동안 발걸음이 쉽게 미치지 못했다.


어느덧 지공선사(地空禪師)의 반열에 들어선 촌부의 나이를 반추하며, 이제부터라도 좀 더 삶의 여유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당.jpg

영릉.jpg

목아박물관.jpg

강천보.jpg


추위가 실종되다 보니 그 대신 안개가 자주 낀다.

설 다음날인 어제(2020. 1. 26.) 아침에는 특히 안개가 짙었다. 새벽에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에 깨어, 이른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말 그대로 오리무중(五里霧中)인 금당천변을 따라 걸으려니, 마치 선경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안개.jpg


촌부가 신선놀음을 흉내 내는 데는 그런 오리무중이 제격인데, 또 다른 오리무중인 작금의 우리나라 모습이 문득 떠올라 씁쓸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가 내우외환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건만,

계속되는 선문답, 끊임없는 ‘편 가르기’와 정쟁으로 국론이 쪼개질 대로 쪼개져, 앞날이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라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런 오리무중에서 올바른 방향을 잡아 나라를 제대로 이끌어갈 생각은 않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 채, ‘설 민심’이랍시고 국민의 마음을 제멋대로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오로지 다가오는 총선에만 매달리는 위정자(僞政者)들의 모습에서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 한낱 촌부만의 일이려나...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깝듯이, 안개가 짙을수록 밝은 해가 빛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여 본다.

그래서, 귀경하여 찾은 진관사의 주지스님(계호스님)이 정성껏 타 주신 명품 보이차처럼,

맑고 깨끗하고 향기로운 하늘을 보고 싶다.  

오리무중(五里霧中)에서 천리광명(千里光明)을 구하는 것이 정녕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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