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창에 기대어

무료급식

조회 수 28 추천 수 0 2018.12.25 10:24:49


사흘 전이 동지(冬至)였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다.

올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동지에 팥죽을 먹었다.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보기 어렵지만, 촌부가 어릴 때만 해도,

팥죽을 쑤면 먼저 사당에 올려 고사(告祀)를 지내고,

이어서 장독대와 헛간 같은 집안의 여러 곳에 놓아두었다가 식은 다음에 먹었다.

집안 곳곳에 팥죽을 놓는 것은 집 안에 있는 악귀를 쫓아내려고 함이었다.

이것은 팥의 붉은색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내쫓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촌부도 10년째 그 일원으로 동참하여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원각사에서도

동지에 팥죽을 쑤어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분들께 제공하였다.

팥죽이 특식이어서였는지, 아니면 맛이 좋아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다른 날보다 100여 분 더 오셔서 동지팥죽을 즐기셨다.


원각사에서는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분들께

1993년부터 1365일 하루도 안 빼놓고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특히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한 끼의 식사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어렵고 힘든 사람일수록 추운 겨울을 나기가 더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마침내 3만불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세계에 내놓을 만한 부자나라라는 소리를 들을 법하다.

그러나 그 부자나라의 이면에는 아직도 하루 한 끼의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어려운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십시일반의 정성이 뭇 대중의 마음에 자리한다면,

이 땅에서 적어도 밥을 굶는 사람만큼은 없게 되리라.

그 게 바로 무려 150만 명을 아사(餓死)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북한의 김씨 세습정권과 다른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는지.

그나저나 작금의 어려워진 경제를 반영이라도 하듯,

원각사의 무료급식소를 찾는 분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안타깝다 

 

당초에 슨 일이든지 술 풀리는 가 되길 바랐었지만,

결코 그렇지 못했던 무술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 혁신성장 같은 거대담론은 위정자와 경제전문가들의 몫일 뿐 촌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고,

저물어 가는 세모의 크리스마스에 촌부는 그저 단순 소박한 소망을 가져 본다.

 

대한민국이 무료급식소가 필요 없는 사회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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