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이 풀리는 우수(雨水)가 일주일 전에 지나고(2.19.),

다시 일주일 후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驚蟄)이다(3.6.)

추워~추워~” 하면서 내내 움츠렸던 겨울이 저만치 물러가고 있다.

누가 가란다고 해서 가는 것도 아니고,

누가 오란다고 해서 오는 것도 아닌데,

때가 되니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울안에서는 적설(積雪)이 다 녹도록

춘면불각효(春眠不覺曉)라 아직 작수미성(昨睡未醒)으로 봄이 옴을 실감하지 못하더니,

사립문을 열고 금당천으로 나서자,

북쪽 하늘로 날아가는 기러기와 푸른 기운이 도는 버드나무 실가지가 아둔한 촌노를 일깨운다.

 

샌님, 봄이 오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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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다.

조선 숙종 때의 여항(閭巷) 시인 유하(柳下) 홍세태(洪世泰. 1653~1725)가 읊었던 대로

 

歸鴻得意天空闊(귀홍득의천공활)이요

臥柳生心水動搖(와류생심수동요)이다.

 

지난가을에 와서 겨울을 나고 봄이 되어 북녘으로 돌아가는 기러기는 득의에 차서 넓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고,

냇가에 비스듬히 누워있던 수양버들은 물이 풀려 흐르니 생기를 찾아 푸른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오동잎이 먼저 알리고, 봄은 버드나무 실가지에서 먼저 온다고 하지 않던가

 

그 오는 봄을 맞이하며 노가재(老歌齋) 김수장(金壽長. 1690~?)

아이야 새술 걸러라 새봄맞이 하리라하고 노래를 불렀는데,

술과 친하지 않은 노부(老夫)는 무엇을 할 거나.

 

아서라, 굳이 무엇을 하려고 할 게 무엇이더냐.

저 흐르는 금당천의 물길을 따라 그냥 걷자꾸나.

그러다 앞서 말한 홍세태와 같은 시기의 문인이었던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흉내나 내보자.

 

碧澗洋洋去(벽간양양거)

隨波意(수파의묘연)

神勒寺下到(신륵사하도)

方合南漢江(방합남한강)

 

 

푸른 시냇물이 양양하게 흘러가니

그 물결 따라 내 마음도 아득해지네

신륵사 아래께에 다다르면

바야흐로 남한강과 합쳐지겠지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월동(越冬)을 마친 철새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눈과 얼음이 녹은 물이 흐르는 물가의 버드나무에는 생기가 돌고,

이 모든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그리고 그 순리는 모름지기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자연계뿐만 아니라 속인들이 모여 사는 사바세계(娑婆世界)도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순리를 거스르려 한들 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의 역효과만 날 뿐이다.

예로부터 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고 했다.

순리에 어긋나는 행태를 내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모름지기 잊지 말아야 할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그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고는 하늘을 가렸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중생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들은 역천자(逆天者)가 뜻하는 바를 알기나 하는 걸까.

 

Romance For Violin And Orchestra No....mp3 

(베토벤의 로망스 바이올린 협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