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의 개구리 울음소리

2023.05.29 00:08

우민거사 조회 수:172

 

어제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지 2567년, 

실로 유구한 세월이 흘렀는데, 

당신께서 바라셨던 불국토(佛國土)가 과연 구현되고 있을까.

 

아침에 서둘러 원각사 무료급식소로 갔다. 

평소 11시 30분부터 시작하던 급식을 한 시간 앞당겨 10시 30분부터 시작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많으면 천여 분이 오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급식소 구내만으로는 협소하여 탑골공원 담장 옆 골목의 공터에 급식 시설을 차려 놓고 배식을 했다. 그런데 전날부터 흩뿌리기 시작한 비가 본격적으로 내려 비가림막을 쳐야 했다. 

 

계속되는 비 때문일까, 예상보다 적은 635 분이 오셨다. 

날이 날인만큼 가능한 한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밥을 드리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남았다. 

더구나 하루에 한 끼밖에 못 드시는 분들도 있으니...

 

법회1.jpg

 

급식이 끝난 후 탑골공원 안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법요식(法要式)이 열렸다. 

주지 원경스님의 설법에 이어 촌부가 부처님께 울리는 발원문(發願文)을 낭독했다. 

당신의 뜻을 받들어 자비의 보살행을 열심히 펼치겠노라고 다짐한 후, 

마지막으로, 

 

“이 땅이 무료급식소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세상으로 되도록 이끌어주옵소서”

 

라고 발원했다. 

 

비록 원각사에서는 '배고픔에는 휴일이 없다'는 기치 아래 1년 365일 무료급식을 하고 있지만,

급식에 참여하는 촌부의 진정한 바람은 그야말로 무료급식소가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런 세상이 바로 불국토가 아닐까.

 

 

급식과 법요식을 마치고 늦은 밤 금당천의 우거(寓居)로 왔더니 개구리 울음소리가 반긴다. 

촌부의 우거는 대문만 열고 나서면 바로 논이라 개구리들이 많다. 

천지가 진동하도록 그 개구리들이 울어댄다. 

 

본래 개구리들이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비가 오기 전이나 올 때는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 촉촉해진 피부로 호흡하기가 편하고,

그래서 기운이 솟아 더 울어댄다.

특히 낮보다는 서늘한 밤에 그런 환경이 더욱 잘 조성되기 때문에 밤에 더 운다. 

 

법회2.jpg

 

어느 시인은 그런 개구리 울음소리를 경전 외는 소리에 빗댔다. 

 

밤꽃 내 자욱하고

절 아래 무논에 개구리 울음소리

저 절간 불 다 꺼진 뒤에도

반야심경을 외듯 금강경을 다 외듯

와글와글 야단법석이다.

저 소리가 짝을 부르는 소리라 하니

욕망을 꺼뜨리려는 수행자에겐

독일까 약일까.

저 악착스러운, 징글징글 뜨거운 울음 경전과

불 꺼진 선방의 숨죽인, 서느러운 천근만근 고요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한판 승부를

초승달 하나 실눈 뜨고 엿보고 있다. 

[적요(寂寥) / 복효근]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 비가 내리니, 

결국 이틀 동안 밤새 개구리 울음소리를 벗해야 한다. 

그래도 그 소리가 싫지 않다. 

오히려 숨겨져 있던 낭만의 감정을 자극한다. 

대처(大處)의 찌든 빌딩 숲에서는 들을 수 없는 자연의 소리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거의 촌부에게는 처마 끝에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와 더불어 천상(天上)의 소리로 다가온다. 

 

이처럼 우리네 성정을 맑게 해주는 소리만 듣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곳이 또 다른 불국토가 아닐는지.

 

그런데 정작 그런 희망과는 반대로, 

작금에는 돈 봉투 살포도 모자라 ‘무슨 무슨 코인’까지 더하여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소리가 범부의 귀를 어지럽힌다. 

그 옛날 허유(許由)는 더럽혀진 귀를 영수(潁水)에서 씻었다는데, 촌부는 어드메서 씻을 거나...     

 

Faure_ The Pavane In F Sharp Minor ....mp3

(Faure: The Pavane In F Sharp Minor Op.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