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도 지나고 어느새 7월이다.

 

   되돌아볼 여유가 없이 달리는 인생길에는 환승역이 없다고 했던가, 앞만 보고 질주하는 세월의 시간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갑진년(甲辰年)의 새해가 떠오른 지 얼마 되었다고 벌써 그 전반이 지나가고 후반으로 접어들었단 말인가.

   덕분에 촌부의 머리만 나날이 조여청사모성설(朝如靑絲暮成雪)로 되어가고 있다. 대지 위에 내리는 서리는 해가 뜨면 이내 없어지는데, 촌노의 머리에 내려앉은 서리는 해가 뜨고 지고를 아무리 반복해도 없어지기는 커녕  오히려 농도가 짙어가니 이를 어쩔거나.   

 

   그나저나 서울의 6월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였다. 이는 1908년 여름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7년 만에 최고치로, 초여름인 6월에 서울의 한낮 기온이 평균 30도를 돌파한 건 기상 관측 역사상 처음이다. 예년의 한여름인 7월(29도)과 8월(30도)보다 더 무더웠던 셈이다. 

 

   이렇듯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는 더위가 이어지는 바람에 금당천 우거(寓居)의 뜰도 피해를 입었다. 몇 년 잘 키운 소나무 네 그루가 그만 다 말라 죽었다. 지난봄에 서툰 솜씨로 장소를 옮겨 이식하는 과정에서 뿌리를 상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10년 넘게 꽃을 피우던 진달래, 철쭉마저 고사(枯死)한 것을 보면, 이들 소나무도 찌는 더위를 못 견딘 것 같다. 정(情)이 많이 가는 나무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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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역대급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6월 말(末)이 되자 장마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강풍이 불기도 한다. 

   매년 이때쯤이면 찾아오는 장마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상이변이 일상이 되어버린 터라 올해는 또 무슨 난리가 나려나 한낱 촌부조차도 노심초사(勞心焦思)하게 된다. 

 

   지난해 7월의 장마 중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발생한 채수근 상병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공수처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데, 그에 더하여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하자, 말자’ 하며 위정자들은 날을 지새운다.

   장마로 인한 수해를 예방할 대책 마련은 다른 먼 나라의 일인지, 이에 관하여 머리를 맞댄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북한을 방문한 푸틴을 만나 상호 군사 지원의 동맹을 맺은 후 각종 미사일을 펑펑 쏘아대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헤즈볼라와의 전쟁으로 확산될 기미가 보이고,

강달러의 영향으로 일본의 엔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원화 가치도 계속 하락하고,

고금리와 고물가에 자영업자의 폐업이 줄을 잇는 등

안보와 경제에 걸친 대내외적인 환경이 험난하기만 한데,

민생은 팽개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의 모습이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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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TV 토론이 트럼프의 압승으로 끝난 모양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의 그간의 행적에 비추어 보면 우리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TV 토론 후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바이든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데, 바이든의 가족 모임에서는 ‘사퇴 불가, 끝까지 완주’로 결론을 낸 듯하다. 

 

   언론은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바이든의 처인 질 바이든 여사의 결심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바이든의 주위에 ‘인(人)의 장막’이 쳐졌다는 의미심장한 논평을 한다. 그 깊은 내막을 알 수 없는 문외한으로서는 이런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국정의 무게’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 개인의 탐욕스런 권력욕으로 당사자 본인이, 그가 속한 정당이, 그리고 더 나아가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벌어지는 현상일까. 

 

   무엇이 정도(正道)인가.

 

Kiss The Rain (비를 맞다)-5-이루마.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