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2024.08.27 21:39

우민거사 조회 수:70

 

             발레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나서

 

   2024. 8. 23.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서울시 발레단의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보았다.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희극 중 하나인 같은 이름의 희극을 발레로 만든 것이다. 이 발레는 한국 최초의 공공 컨템퍼러리 발레로 종래의 전통적인 고전발레와는 구별되는 색다른 작품이다.

 

   컨템퍼러리 발레는 사실 낯선 영역이다.

   이는 백조의 호수호두까기 인형같은 고전발레의 정형적인 안무법이나 표현방식을 벗어나 동시대적 감각으로 새로이 형상화하여 창작한 것이다. 그래서 발레를 보는 동안 때로는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듯하고, 때로는 서커스의 곡예를 보는 듯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동작에 저절로 감탄을 하였다. 얼마나 많은 연습의 땀을 흘렸을까. 생각이 이에 미치니 그들의 노고에 치하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발레.jpg

 

   세계적 안무가 주재만의 안무와 연출로 재탄생한 이 발레는 무용수의 역동적인 몸짓 못지않게 슈만의 여러 서정적인 명곡과 필립 다니엘이 새로 작곡한 음악 또한 몽환적인 무대와 어우러져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였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누가 당신을 그렇게 아프게 했나요?

 

   빛과 그림자 그리고 쏟아지는 비가 영혼의 고통을 씻어내고, 요정들은 사랑의 그늘 속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빨간 나무와 원작과 달리 요정 퍽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랑과 꿈도 인상적이다.

   보는 내내 사랑과 슬픔, 삶과 죽음, 고독 등 복잡한 감정들이 이입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희망을 품고 꿈 같은 환상여행을 떠나게 했다.

   궁극적으로 해가 떠오르는 푸른 바다의 이미지가 상징하는 희망찬 세계를 사랑을 통해 펼쳐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마지막 장면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힘든 산행 끝에 히말라야의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며 나를 비우고서야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듯, 27장의 대작 발레 한여름 밤의 꿈도 갖은 어려움을 이겨 낸 후에야 사랑의 소중함을 알고 희망을 꿈꾸게 한다는, 어찌 보면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우게 하는 작품이었다.

 

   서울시 발레단의 창단공연으로 선택한 이 컨템퍼러리 발레는 범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음악, 미술, 영화 등 여러 방면에서 한류(韓流)가 세계 속에 뿌리를 내리는 이즈음의 추세에 발맞추어,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님의 염원대로 우리의 발레도 한국을 넘어 세계 속으로 힘껏 나래를 펼치기를 기대한다.

 

슈만_ 트로이메라이 (Schumann_ Kinderszenen ....mp3

(슈만 트로이메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