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선자령
2025.02.01 23:52
다시 찾은 선자령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이던 2000. 2. 9.에 선자령(仙者嶺)을 오른 후 꼭 25년이 지난 2025. 1. 31.에 다시 올랐다.
당시에 삼양대관령목장에서 출발하여 선자령에 도착한 후 대관령 휴게소 쪽으로 가려다 도중에 눈 속에서 길을 잃어 고생한 기억이 새롭다.
이번에는 아예 대관령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선자령에 오른 후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를 택하였다.
그런데 영동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상의 대관령 휴게소가 출발지인 까닭에 영동고속도로 대관령나들목(=옛 명칭 횡계나들목)에서 빠져야 했는데, 그걸 놓치는 통에 강릉나들목까지 가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대관령 옛길 아흔아홉 구비를 돌고 돌아 올라가 휴게소에 겨우 도착하였다.
그 바람에 결국 산행 출발 시각이 예정보다 한 시간 넘게 늦어졌다.
대관령 휴게소는 오전 10시인데도 넓은 주차장이 이미 거의 다 찼다. 선자령 등산객들이나 찾는 휴게소인데 말이다. 그만큼 한겨울의 선자령 등산이 인기가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휴게소도 고속도상의 휴게소가 아니라 국도상의 휴게소이건만 각종 편의시설과 음식점이 즐비하다.
[대관령 휴게소]
사실 대관령 휴게소에서 선자령을 왕복하는 등산은 4-5시간 정도 걸리는데, 출발지 고도가 해발 830m이고 선자령 정상이 1,157m로 표고차가 327m에 불과한데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그다지 힘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워낙 눈이 많아 설산 등반의 묘미를 한껏 맛볼 수 있어 겨울 산객들의 인기를 끄는 것이다.
선자령 산행 중에는 초반에 ‘대한민국 국유림 100대 명품숲’과 강원도 지정 문화재인 ‘대관령국사성황사(大關嶺國師城隍祠)’라는 이름의 서낭당을 양념으로 지나고 보게 된다.
그 후에 고도를 점차 높이면 산등성이를 따라 쭉 설치되어 있는 풍력발전기들을 가까이에서 실감 나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할 수 있고, 하산길에는 소와 양을 기르는 목장들도 여럿 볼 수 있다.
[서낭당]
[풍력발전기]
[양떼 목장]
날씨가 맑은 날에는 비록 일부 구간일망정 동해를 바라보며 백두대간을 걷는 기분 또한 쏠쏠하다. 이날은 계속 눈발이 날리고 흐려 동해는 못 보았지만, 그 대신 추위가 덜해 설산 산행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선자령 정상에는 거대한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25년 전의 표지석은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래도 그 옛 표지석은 나름 운치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행방을 알 길이 없다. 어디 박물관에라도 보관해 두었으면 좋으련만.... 황진이 흉내나 내볼거나.
산은 옛산이로되 표지석은 옛것이 아니로다
세월이 물 흐르듯 하니 옛것이 있을쏘냐
그려도 노(老)산객은 갔다 다시 오노매라
[25년 전의 표지석]
[현재의 표지석]
아무튼 눈을 실컷 보고 밟으며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여 오후 3시 30분에 돌아온(총 연장 10.8km = 갈 때 5km + 돌아올 때 5.8km) 이날 산행은 을사년(乙巳年) 정초(正初)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던 뜻깊은 여정이었다.
글을 끝내며 휴게소에 도착하여 늦은 점심으로 먹은 잔치국수가 별미였다는 것을 덧붙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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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에 모터를 달았나여?
25년전 기억과 사진까지 되살리시다니..
AI가 먼가 했드만 바로 선사님이 바로..
역시 산 타는 신선과 차는 뗄 수 없는 거였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