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에 더위를 먹을 수야

2026.08.22 23:13

우민거사 조회 수:70

 

 

    사흘 전(819)이 칠석(七夕)이었고, 내일(823)이 처서(處暑). 견우 직녀가 1년만에 만난 기쁨과 다시 헤어져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겹쳐 흘린 눈물이 비가 되어 연일 내렸다. 그나마 이슬비 수준이던 비가 오늘은 아예 굵은 빗방울이 소리 내어 떨어져 메마른 대지를 적셨다.

   임백호(林白湖)도 아닌데 우장(雨裝) 없이 길을 나섰다가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급식을 마친 후에 낭패를 볼 뻔했는데, 다행히 작은 우산이 비치되어 있어 초의(草衣)를 보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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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장마철에는 오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애를 태우게 하던 비가 이젠 시도 때도 없이 내리니 도대체 무슨 조화람, 더구나 모레부터는 다시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칠 거라고 하니, ‘처서의 매직도 올해는 안 통할 모양이다.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신의 노여움을 사 귀향길에 온갖 고생을 한 후 10년 만에 집에 도착했다고 하더니(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그 여정을 다룬 영화 오디세이가 인기리에 상영 중인데, 볼 만하다), 하늘이 볼 때 작금의 사람들 행태가 영 마음에 안 들어 그 벌로 골탕을 먹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처럼 날씨가 춤을 추지만 그렇다고 시간의 흐름이 어디 가랴. 빗방울 아래서도 어김없이 금당천변을 노랗게 물들여가고 있는 황금빛 향연을 보고 있노라면, 비록 굴곡은 있을지언정 자연은 어차피 순리(順理)를 따라가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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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 또한 순리를 따르는 게 당연하건만, 순리를 애써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심리가 사뭇 궁금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작은 이익을 탐하다 패가망신하는 예를 역사상 수도 없이 보아 오건만, 나만은 아니라고 강변하며 눈 가리고 아옹한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목하 공석 중인 대법관의 후보자를 대법원장이 대통령과 대면하여 제청하려는데, 대통령이 자기가 원하는 사람을 제청하지 않는다고 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다가, 급기야 대법원장이 서면으로 제청하자 일각에서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 내고 있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의 임명 절차에 관하여, 대법원장이 후보자를 제청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제청 권한은 대법원장에게, 동의 권한은 국회에, 임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각각 주어져 있다. 대법원은 나라의 최고법원인 만큼 그 구성에 있어 입법, 사법, 행정 3권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어느 한 기관의 독단을 막아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헌법 규정이 이럴진대, 대법원장이 헌법상의 고유 권한으로 판단하여 대법관의 직무를 수행힐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는 것과, 적임자인지 여부를 가릴 필요 없이 오로지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그냥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순리인가.

 

   순리의 개념이 헷갈리는 처서(處暑) 전날의 밤이다.

   날씨가 아무리 요동을 친들 가을을 앞두고 처서에 더위를 먹을 일은 아니리라.  

 

자비를 베푸소서 - Pieta-8-Andre Gagno....mp3